“초등생부터 사교육·大入경쟁 내모나” -중앙선데이-

중학교 1학년인 구모(13)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원의 특목고 반을 다니면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해왔다. 지금은 학원의 과학고반을 다니고 있는데 얼마 전에 중3 과정을 끝내고 고교 물리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는 서울대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녔다.
　
“중학교도 늦다” 입시 경쟁

대입 부담이 이젠 초등학생까지 내려온 것이다. ‘명문대에 가려면 중3부터 준비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 일반화돼 있다.

“대부분 학생이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외고를 준비했다고 말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는 학생도 여럿입니다. 사실 내 딸도 중3 때 외고 입시학원에 보냈는데, 학원에선 늦었다고 받아주지도 않았어요.”(과천외고 주은경 교사)

2남1녀를 둔 학부모 지정현(43·여·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씨는 “고3만 입시, 입시 한다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아들까지 수험생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고를 준비 중인 김인철(가명·서울 삼선중 3년)군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준비반’을 다녔다. 지난해부터 성북교육청 영재교육원에도 간다. 영재원을 2년 수료하면 과학고 입시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목고 입시 전문사이트인 ‘스터디매니아’ 관계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부담 늘렸다

한성희(43·여·경기도 안산 성안중) 교사는 “특목고에서 요구하는 선행학습은 중학교 공교육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모(18·명덕외고 3년)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는 외고 대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목고 대비반은 수강료가 비싸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 94.7%, 중학생 87.6%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 중 연간 500만원 이상 쓰는 초등학생이 28.6%, 중학생이 39.9%로 일반 학생의 두 배에 달했다. 원지영(18·한영외고 3년)양의 경우 중1 때부터 한 달에 60만~100만원의 학원비가 들었지만, 집 근처 일반고에 진학한 원양의 오빠는 3개월에 110만원 정도였다. 중3 아들을 둔 김모(40·여·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는 “과학고 준비에 지금도 월 150만원은 든다. 입시 직전에 돈 천 만원 깨지는 건 일도 아니다”고 사교육비를 걱정했다.
　
학교 교육 부실

특목고 전형에는 중학교 내신이 3학년 1학기까지만 반영되기 때문에 2학기에는 수업이 파행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 이민준(가명·서울 양천중 졸)군은 “한 반에 10명 정도가 특목고를 준비했는데 입시철엔 아예 결석하는 친구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출석으로 처리되는 ‘체험학습’을 신청해 학교를 빠지는데, 외고 입시 준비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은 가지만 어쩔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2005년에 2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청심국제중학교에 입학한 신모(14)군은 1년 만에 자퇴했다. 신군의 아버지(44)는 “숙제가 너무 많아 특목고 준비를 못할까 봐 그만뒀다”고 말했다. 외고 입시에 필수적인 선행학습을 할 시간이 부족하고, 기숙사 생활 때문에 방과 후 사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신군의 친구 10여 명도 비슷한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
　
교육목표 변질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특목고를 준비한다. 외국어 때문에 온 경우가 오히려 소수”라고 박영규(18·과천외고 3년)군은 말한다. 적성과 관계없이 명문대 진학률만 보고 찾아온 학생들이 많다 보니 의대 등 다른 방면으로 진출하는 특목고 졸업생이 점점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외고 출신이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하는 비율은 31.2%에 불과하다. 과학고는 72.5%다. 2005년 사법시험 합격자 중 외고 출신은 123명이며 어학 전공자는 11명에 불과하다. 과학고 출신 18명 중 11명은 법학 전공자들이었다.

송유은(연세대 의대 본과 4년·대전외고 졸업)씨는 “의대생 중 외고·과고 출신이 20%쯤 되는데 저학년일수록 비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D외고는 2003년부터 아예 이과반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외고를 졸업한 김모(서울대 3년)씨는 “고3 때는 외국어 시간에 수업은 10분만 하고 자습했다”고 말한다. 송인택(KAIST 화학과 3년)씨는 “과학고의 경우 3학년 때는 수능 대비 위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재학생이 뽑은 특목고 장단점

특목고의 장점을 꼽는다면
● 과학고
① 수학 ·과학 분야 심화학습 가능(33.3%)
② 비슷한 실력을 갖춘 친구와 공부해 실력 이 향상됨(16.7%)
③ 기숙사 생활(10%)
④ 대학 입학에 유리(8%)
⑤ 우수한 교육환경(7%)

● 외국어고
① 우수한 학습 분위기(30.2%)
② 비슷한 실력을 갖춘 친구와 공부해 실력이 향상됨(23.9%)
③ 외국어 심화학습 가능(15.6%)
④ 교사 수준 높음(9.4%)
⑤ 다양한 특기적성 활동(5.2%)


특목고의 단점을 꼽는다면
● 과학고
① 폐쇄적인 환경(31.6%)
② 전공 이외의 공부 부족(16.4%)
③ 지나친 경쟁(12.3%)
④ 내신이 불리함(8.2%)
⑤ 과도한 학습량(8.2%)

● 외국어고
① 내신이 불리함(30.4%)
② 자신감 하락(14.5%)
③ 지나친 경쟁(10%)
④ 과도한 학습량(10%)
⑤ 통학거리가 멀다(10%)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