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련

[칼럼]우스워진 교육부 평가 -인천일보-

이름	관리자	날짜	2013-09-06 13:29:03

우스워진 교육부 평가 이상한 성적 얘기를 꺼내려니 면구스럽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데, 괜히 뒤통수가 근지럽다. 다른 때 같으면 자랑도 좀 하고 오래간만에 활개도 쳐 볼 텐데, 그게 안 된다. 교육부는 해마다 시·교육청을 줄 세워 평가한다. 지난해까지는 꼴등도 공개했다.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항의가 빗발치자 올해는 영역별로 우수교육청만 선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천시교육청이 청렴도가 포함된 분야에서 '우수' 점수를 받았다. 수장인 교육감이 법정에 불려 다니고 돈을 건넨 혐의로 간부급 직원들을 징계하느니 마느니 시끄러운 판이다. 청렴도를 포함한 교육만족도를 점수 매겼다는데, 더가관인 것은 충남교육청도 '우수' 성적을 받았다. 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징계를 받아야 할 학생에게 보란 듯이 모범상을 내린 꼴이다. 충남교육청에서 벌어졌던 사단은 이미 매관매직으로 드러났다. 돈으로 장학사직을 사고팔았는데 청렴하다고 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검찰이 파헤치고 있는 흑막들은 햇수로는 2~3년 전 일이다. 인천시교육청은 3년 연속해서 우수교육청이다.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평정 기간이 범법 기간과 겹친다. 교육부는 외부 평가위원을 위촉해 엄정하게 점수를 매겼다고 한다. 숫자가 장난을 친 게 아니라면 시민들이 내리는 평가와는 영 딴판이다. 교육부는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고 하는데, 인천시교육청이 자체 조사한 결과로는 만족도가 80% 이상이다. 무감독 시험은 있어도 자기가 낸 문제로 자기가 채점하는 시험은 없다. 양심적으로 응시한 학생 순위만 뒤로 처지게 되면 공정성은 빵점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줄 수 있는 부가점수 배점항목이 턱없이 높다. 100점 만점에 30점을 줄 수 있다. 20개 영역 중 18개는 세분화해 2~5점씩으로 점수 격차가 크지 않다. 유독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노력'과 '시도교육청 특색 사업', 두 개 영역만 15점으로 큰 점수 차를 낼 수 있다. 그 30점이면 얼마든지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 평가를 하려면 잣대부터 공정해야 한다. 조선 말기에는 암행어사에게 유척을 들려 보냈다. 고을마다 형틀의 크기가 달랐고 세금을 거둬들이는 잣대가 달랐다. 사람에 따라 밉보이면 벌이 심해졌고 세금이 더 부과됐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되니 임금이 직접 기준이 되는 자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기준이 흔들리면 불만이 쌓이고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오죽하면 프랑스대혁명이 미터법을 정하는 계기를 만들었을까? 누구나 동의하는 기준을 정하는 일은 평가에 승복하게 하는 기본이다. 누군가를 기망하기 위해 잣대를 지어냈다는 의심이 생기면 아예 측정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헛웃음부터 나오게 하는 성적표를 내놓고 아무리 경쟁을 부추겨 본들 교육부가 원하는 책무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더구나 우연의 일치인지 진보 쪽은 전멸 수준이다. 6개 영역으로 나눴고 시와 도를 구분해 3개 교육청씩 우수 성적을 줬다. 메달 수로 따지면 '6×3×2=36'개를 16개 시·도교육청에 시상한 셈이다. 34개는 소위 보수로 분류돼 온 교육청 몫이고, 진보 쪽은 전남교육청이 유일하게 두 분야에서 우수를 받았다. 교육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하겠지만 교육청 성향별로 나누면 '34:2'다. 학부모 학생 만족도를 높여 전입대기 순번까지 생겼고, 집값마저 뛰게 했다는 혁신학교는 등외 정책으로 됐다. 교육부가 인천시교육청을 우수 교육청이라고 추어 올린 날, 경인지방통계청은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정도가 매우 낮았다. 42.4%로 전국 평균 46.7%에 견주면 인천 학생들의 불만 정도가 드러난다. 하루 사이 시민과 학생들은 교육부 덕분에 하늘로 붕 솟았다가 통계청에 의해 곤두박질쳐졌다. 학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편 교육청에게 우수 메달을 걸어 준 교육부만 우스워진 날이다. 임병구 인천교육연구소장·인천해양과학고 교사 http://news.i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7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