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오류 걸러낼 시스템 개선 방안

교육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틀린 교과서로 학생을 교육하면 학생들의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틀린 교과서를 고칠 책임은 집필자, 출판사, 교육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검정(檢定)위원 모두에게 있다.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기 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서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15일 보도된 교육부의 ‘최근 3년 간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수정·보완 내역’에 따르면 2010∼2012학년도 3년 간 2만7048건의 오류(誤謬)가 발견됐다고 한다.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에는 국정교과서·검정교과서·인정교과서가 있다. 국정교과서는 물론 교육부 차원의 검정교과서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심의 기준이 비교적 간단한 각 시·도 교육청 차원의 인정(認定)교과서 품질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어떻게 하면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 수 있을지 문교부 편수관을 지낸 원로와 검정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 간부의 의견을 들어봤다.

교과서 편찬의 원로는 국어와 국사를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꾼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63년 문교부는 국사통일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당시 검·인정 역사 교과서마다 각기 다르게 서술하고 있는 고대사의 내용과 명칭을 조절할 것임을 밝혔고, 1973년에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사관을 바로잡고 한국의 역사를 객관적이고 일관적으로 서술한다는 명분으로 중·고등학교 각각 11종의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단일화’한 바 있다. 따라서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국어와 국사에 한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검·인정보다는 국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경청할 만하다.

교과서 출판사 간부는 구조적으로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첫째, 각 교과의 저명한 교수들과 교사들은 거의 대부분 교과서의 집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탁월한 자질이 있는 검정위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검정 기간이 촉박하다. 집필 기간은 약 1년이고 검정 기간은 4개월인데, 검정 기간 중 최초 1개월은 헌법 위배 사항 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기초 검사 기간이어서, 나머지 3개월 간 내용 검정을 하는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 검정 관리 기관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 관리의 일관성이 없다. 소관 부처는 교육부지만, 실제로 검정 관리는 교과 특성에 따라 3곳의 정부 기관이 맡고 있다. 국사는 국사편찬위원회, 수학과 과학은 한국과학창의재단, 나머지 교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담당한다. 그런데 기관마다 검정위원 선발 기준과 오리엔테이션 등 관리 기준이 달라 일관성 있는 검정의 질(質) 관리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한편 교과서 집필자들은 교육과정 해설서 총론과 각론을 기준으로 집필하는데, 집필 기준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집필 기준이 정교하지 않아야 창의적인 집필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그것이 정교하지 않기 때문에 집필자가 자의적인 해석을 해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의견이 상치(相馳)하고 있다.

이런 제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교육의 집행 기능과 교육의 질 관리 기능이 분리되지 않아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효과성이 결여된 탓이다.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집행 기능과 교육의 질 관리 기능을 영국처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 의회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교육의 질 관리 기구’와 ‘국가자격 및 시험 관리 기구’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독립된 교육의 질 관리 기구 탄생은 의회의 몫이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근원적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할 때다. 

권대봉/고려대 교수·교육학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917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