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초등교사 증가가 반갑지 않은 이유

[주장] 교대 입시,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사 양성은 교육대학교(교대)와 사범대학(사대)에서 이루어진다. 교대에서는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초등학교 교사를, 사대에서는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중·고등학교 교사를 길러낸다. 교대는 대략 주요 광역 단위별로 1개교씩 설립되어 있다. 교대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대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사대는 각 지역 거점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운영·관리된다.

우리나라 교사 양성 시스템의 특징과 그 기조를 살피려면 교·사대의 입시 전형을 살펴보면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가가 어떤 교사상을 바람직하게 여기고, 탁월한 역량을 지닌 교사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와 철학까지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개의 교육대학이 있다. 제주대학교의 캠퍼스로 딸려 있는 제주교육대학까지 합하면 11개다. 10개 교육대학의 수시 전형에는 대부분 입학사정관(입사관) 전형이 포함되어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본질적으로 학생의 잠재 역량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자는 취지를 갖고 도입된 제도다. 그런 점에서 교대 전형에 입사관 전형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일반전형에서는 정량 평가 요소인 성적이나 스펙 등이 중시된다. 하지만 이들 요소만으로는 아이들의 숨어 있는 능력을 보기가 쉽지 않다. 입사관 전형에서는 내면의 역량과 향후 발전 전망 등을 중시한다. 일반전형에 비해 정량적인 요소 뒤에 숨은 정성적인 측면을 판단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그런데 교대 입시 전형의 속내를 찬찬히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여전히 성적과 같은 정량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입사관 전형을 취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성적 위주로 뽑는 일반전형과 큰 차이가 없는 전형도 적지 않다.

'임용합격률 1위' 전주교대, 수시 정원 73%가 '성적우수자'

가장 심각한 곳은 전주교대다. 전주교대의 초등교사 임용합격률은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에도 전국교대 평균 76.1%에 비해 전주교대는 83.4%를 차지했다. 그 '쾌거'에 현혹된 탓일까. 이 학교에는 입사관 전형 인원이 수시 정원의 2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학생부의 교과(90%)와 출결(10%) 성적만 반영하는 일반전형인 고교성적우수자전형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수능 4개 영역의 합이 8등급 이내라는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있다. 전주교대를, 성적 좋고 말 잘 듣는 학생들을 뽑아 임용고시 '기계'로 만드는 학교로 평가하면 너무 과할까. 

광주교대와 공주교대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광주교대에는 교직적성우수자전형(수시 전체 정원의 약 35%)과 체육·과학 등의 특정영역우수자전형(약 30%), 농어촌·도서 지역 출신 학생 중심의 전라남도교육감추천전형(23%) 등의 입사관 전형이 있다. 이들 전형에서는 입사관 전형 명색에 걸맞게 자기소개서(자소서)와 교사추천서(추천서)도 받는다. 하지만 말 그대로 명색이다. 전체 정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교직적성우수자전형과 특정영역우수자전형의 1단계에서 아이들은 교과 성적만으로 걸러지기 때문이다. 이들 전형은 수능 2개 영역의 합이 5등급 이내인 수능최저학력기준의 적용을 받는다. 

공주교대는 한 술 더 뜬다. 이 학교는 입사관 전형인 시장·군수추천자전형의 정원 비중이 수시 전체 정원의 11%(178명 중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89%에 해당하는 158명은 일반전형인 고교성적(내신)우수자전형으로 선발한다. 입사관 전형인 시장·군수추천자전형 또한 광주교대와 마찬가지로 교과성적 90%(나머지 10%는 출결 5%, 봉사활동 5%, 특별활동 5% 등으로 할당돼 있다)로 아이들을 뽑는다. 반드시 제출토록 하는 자소서와 시장·군수추천서는 전형 비중이 전혀 없다. 선발 추인을 위한 형식적 자료일 뿐인 것이다. 이들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4개 영역의 등급 합산 12등급 이내이다.

서울교대와 경인교대는 상대적으로 입사관 전형의 취지를 좀 더 살리고 있는 듯 보인다. 서울교대의 주요 입사관 전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학교장추천사정관전형(학교장추천전형)과 특정영역집중이수자사정관전형(특정영역이수자전형)이 그것이다. 서울교대는 이들 전형으로 수시 전체 정원의 96%에 이르는 120명을 선발한다. 이중 특정영역이수자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의 비교과와 서류(자소서, 추천서)만으로 3배수를 선발한다. 교과 성적은 전혀 보지 않으므로 입사관 전형의 취지를 비교적 잘 살리고 있는 전형이다.

하지만 두 전형 모두 수능 4개 영역의 등급 합이 8등급 이내라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특정영역이수자전형은 합이 3등급 이내인 두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는 추가 기준도 있다. 여기에는 고도의 '산수'가 깔려 있다. 최소한 한 영역 이상이 1등급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학교장추천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의 교과와 비교과, 서류의 비중이 각각 25%, 25%, 50%를 차지한다. 언뜻 보면 비교과와 서류 비중이 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교별로 3명 이내의 학생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정량적인 교과 성적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학력기준' 없는 부산·대구·진주교대 수시모집 전형 눈길

물론 1단계 전형에서 비교과와 서류의 비중이 75%를 차지하므로 단위 학교에서 마냥 성적만 보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교대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치열한 준비와 학교 내부적인 경쟁을 거치는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교과 활동이나 서류 준비에서 큰 차이가 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학교에서의 최종 선발 과정에서 정량 요소인 성적이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인교대의 주요 입사관 전형은 교직적성잠재능력우수자전형(교직적성전형)이다. 정원 내 전체 모집인원 270명 중 74%에 해당하는 200명을 이 전형으로 선발한다. 교직적성전형의 전형 방법을 보면 서류평가 100%로 되어 있다. 세부 설명에는 학생부의 교과와 비교과 영역,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되어 있다. 추천서도 따로 받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교직적성전형에서는 학생부의 교과 성적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수능 4개 영역의 등급 합산이 10등급 이내여야 한다.

이들과 달리 부산교대의 초등교직적성자전형(교직적성자전형)과 대구교대의 참스승전형, 진주교대의 21세기형교직적성자선발전형(21세기형교직전형)은 눈길을 잡아끈다. 부산교대의 입사관 전형인 교직적성자전형에는 수시 전체 정원 235명의 절대 다수인 229명이 배정되어 있다. 이 전형의 1단계에서는 학생부와 자소서, 추천서 등의 서류 평가가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는 자체 설정한 다섯 가지의 인재상 지표를 기준으로 이들 자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부산교대 교직적성자전형의 정원 229명 중 60%에 해당하는 137명은 우선선발 방식으로 모집하는데, 이들에게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성적만으로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교대가 중시하는 인재는 교직에 대한 목적이 뚜렷한 학생이다. 학업 성적은 이를 확인하는 다섯 가지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여타 교대에서처럼 성적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구교대는 수시 전형의 정원 내 모집인원인 130명 전원을 참스승전형으로 선발한다. 1단계 선발도 학생부와 자소서, 추천서 등으로 일괄 평가하여 2배수를 선발한다. 요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생부 교과 50%와 학생부 비교과 및 서류 50% 등으로 평가 요소별 비중이 나뉘어 있다. 성적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여느 교대의 입사관 전형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참스승전형에서는 대다수 교대가 채택하고 있는 수능최저학력기준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진주교대의 21세기형교직전형도 비슷하다. 이 전형 또한 부산교대나 대구교대의 입사관 전형처럼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의 교과나 출결 성적과 같은 정량적인 요소가 반영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 전체 비중은 1단계 성적의 40%다. 나머지 60%는 자소서와 추천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등의 정성적 평가 영역 요소가 차지한다.

성적 높지 않아도 창의적인 아이들이 쉽게 교대에 들어가야

어떤 교사가 훌륭한가.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이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다. 나는 아이들과 소통을 잘 하는 교사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대화할 줄 아는 능력도 훌륭한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재'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때 인재는 성적이 우수하고, 다른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며, 질서와 규칙을 잘 따르는 성실함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른바 '범생'이어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대다수 교대에서 예비 초등교사들의 기본적인 자격 요건으로 우수한 교과 성적과 수능 학업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예비 교사로 길러내야 되는가. 전주교대를 비롯해 광주교대나 공주교대 등의 사례만 놓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한다. 우리나라 교대 입시에서는 아직 '성적'이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위에서 살핀 부산교대나 대구교대, 진주교대 등의 입사관 전형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제도권 학교교육의 장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이들이 초등교사다. 제도이자 시스템으로서의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과 태도가 이들 초등교사를 통해 정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초등교사 양성 시스템을 보면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일선 학교에 진출하는 경향이 강했다. 많은 아이가 '범생' 출신의 교사 아래서 교과 공부에만 몰두하고 획일적인 질서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교대 입시는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내가 보기에 교사로서의 열정과 탁월한 교직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단지 성적 때문에 교대 지원을 지레 포기하고 좌절하는 '교직 인재'들이 정말 많다. 작년과 올해 내가 담임을 맡은 아이들 중에도 그런 제자들이 적지 않다. 성적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부풀 대로 부푼 교대 입학 성적 때문에 아예 지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성적이 높지 않더라도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쉽게 합격할 수 있는 교대 입시를 소망한다.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통해 보이지 않는 내적 역량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민주시민으로서 의식과 태도를 갖추게 된 아이들이 교대에 합격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제 목소리로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되바라진' 아이들이 교대의 새로운 한 축을 이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학교가 무지개같이 다양한 색깔을 지닌 교사들로 역동성을 찾고, 아이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곳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 

정은균기자(jek101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4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