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들, 이성교제까지 징계해 논란 일어
美 등 수유·휴게실 설치

교육부가 지난 6월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지시한 ‘학생 미혼모’ 등의 학습권 침해 금지와 관련한 지시는 ▲이성 교제에 따른 과도한 학교 규칙 개정 ▲학교 밖 미혼모 편·입학 허가 ▲학교 밖 미혼모 위탁시설 안내 등 3가지이다. 이는 그동안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 간 연애를 금지하고 학생 미혼모에게 과도한 징벌을 내려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칙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민원이 잇달아 발생한 데 따른 조치이다.  

실제로 올해 초 영남권의 한 외국어고등학교는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은 물론 이성교제까지 신고하도록 하고, 이성교제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 학생들에게 교내 봉사활동 징계를 내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유명 사립고들까지 자녀들의 성적 하락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단속 요청을 이유로 일부 학교에서는 이성 교제를 하다 적발된 학생들에게 교내 봉사, 특별 교육 등 가벼운 징계뿐 아니라 전·퇴학 등 중징계까지 내릴 수 있는 학교 규칙들이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 간 이성 교제에 관한 학칙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학교마다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본의 한 도립고등학교도 교내에서는 물론 다른 학교 학생과의 교제를 금지하고, 애칭이나 은어는 물론 애정이 담긴 단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남녀 간의 대화까지 제약하고 있다. 또 3분 이상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한 채 돌아다니는 행위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학교 안에서의 과도한 스킨십 등은 규제하지만 이성교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한 고교에는 출산 학생을 위한 수유실이 설치돼 있는가 하면 이들을 위한 전용 휴게실까지 갖춰놓고 있다.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한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미혼모를 포함한 이성교제에 따른 학습권 침해 금지 조치는 이성교제를 이유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이성교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계도하는 교육을 실시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