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4명 중 1명 “체벌 경험·목격”… “두발 규제, 성적과 무관” 93%

전국 초·중·고 학생인권·생활실태 설문조사
체벌·언어폭력·벌점제, 두발·복장·소지품 규제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손발로 학생들을 체벌하는 행위와 두발 및 복장 규제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 4명 중 1명 이상(28.3%)은 최근 1년간 교사로부터 손이나 발에 의한 체벌을 당하거나 체벌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22.2%는 “손발을 이용한 체벌을 당해봤다”, 21.6%는 “회초리 등 도구를 이용한 체벌 경험이 있다”고 각각 응답했다.

초등학생의 37.4%는 “직접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다른 학생의 잘못 때문에 ‘연대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담임교사로부터 단체기합을 겪었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체벌·언어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냐’는 물음에는 70.8%가 ‘학교’를 꼽았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37.1%였다. 체벌·언어폭력을 거의 매일 보거나 겪는다고 답한 학생도 13.9%나 됐다. “1주일에 한 번 이상”이라는 응답은 28.8%였다.

교육부가 체벌의 대안으로 권장하는 벌점제에 대해 아이들의 21.9%는 “벌점이 쌓이면 또 기합이나 체벌을 받는다”고 답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이나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은 17.3%에 그쳤다. 벌점제가 학생의 문제 행동이 바뀌도록 돕는 교육적 수단으로 역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벌점제에 대해 ‘벌점을 받아도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다’(64.8%), ‘벌점 기준이 확실하지 않다’(62.2%), ‘학생을 협박하는 도구’(52.9%), ‘학생과 교사 사이가 멀어진다’(52.8%)는 생각을 밝혔다. 또 학생들의 25.6%는 징계를 받을 때 사유 사전 통지, 심의 기구 구성, 변호·재심권 보장 등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두발 및 복장 규제를 경험하고 있다. 학생 전체에 대한 소지품 검사도 응답자의 20%가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두발과 복장 규제를 각각 53.4%, 52.7%가 자주 혹은 가끔 겪는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도 12.5%가 두발 규제를 당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두발 길이에 대한 규제가 없는 비율은 전체의 41.1%였지만, 모양·색깔에 대한 규제까지 없는 경우는 16.1%에 불과했다.

두발 규제가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92.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두발 규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있다고 답한 학생은 절반 가까이 됐다. 응답자의 83.6%는 “두발은 학생 스스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18.8%는 학생 전체를 불신하는 비교육적 생각에 근거해 실시되는 소지품 검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소지품 검사 경험률은 초·중·고순으로, 특히 특성화고(44.2%)에서 높았다. 공립학교(20.8%)에 비해 사립학교(31.7%)가 더 높았다. 학생들의 74.5%는 “흉기 등 안전을 위협하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학생의 허락 없는 강제 소지품 검사는 안된다”고 답했다. 

휴대폰이나 전자기기 등 물건을 압수당한 뒤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24.1%였다. 이 같은 관행도 특성화고에서 37.7%로 가장 빈번했고, 공립학교(22.5%)에 비해 사립학교(33.2%)가 많았다.

김여란 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010600055&code=9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