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정책 설문 몰린 연말, 학교 교실마다 ‘평가 몸살’ 

서울 학생 행복지수 측정 설문조사,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홍보 관련 설문조사,  

 

학교알리미 이용자 만족도 조사, 교원능력개발 학부모 만족도 조사, 학교스포츠클럽리그 만족도 조사, 학교폭력 2차 실태조사…. 지난 9월 이후 서울 ㄱ초등학교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지시에 따라 교사·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각종 설문조사 목록이다.이 학교 박모 교사(42)는 “석 달 동안에 진행한 설문조사만 14가지였다”며 “해야 할 설문이 너무 많아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컴퓨터실로 데려가 조사에 응하도록 한 적도 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10일 밝혔다.일선 교사들이 “각종 설문조사 업무로 수업마저 침해받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서 각종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설문조사 업무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이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가 급증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 석 달 새 14가지 한 곳도… 11가지는 학부모도 대상교사들 “수업은 언제 하나”교육당국, 업무 조정 않고 부서별로 중복 추진 탓ㄱ초등학교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14가지 가운데 11개는 학부모도 설문 대상이다. 표집조사의 경우 설문에 응할 학부모들을 선정하는 것과 학부모들에게 연락하는 일 역시 일선 담임교사들이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율이 떨어지면 2차, 3차 통신문을 보내고 학부모들에게 연락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고충이 크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정모씨(41)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잇단 설문조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가 반장을 맡고 있어 안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전했다.학교 측에서 설문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ㄴ고교 교사들은 최근 출근하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출석부에 학급별 학생들의 행복지수 설문조사 참여율과 학생들의 난수번호(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한 1회성 아이디)가 정리된 표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1년에 2회 실시하는 이 설문조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ㄷ교사는 “교사가 직접 학생들 번호로 접속해 참여율을 채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교육청 사업에 최대 협조하는 것이 학교장 성과로 이해되고 일선 학교에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연결돼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또 다른 학교의 ㄹ교사는 “평가업무 자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스포츠알리미 등 각종 정책에 대한 만족도 조사는 학부모들에게 ‘기왕이면 좋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는 말까지 덧붙여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들어주는 편이다. 이런 식의 조사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평가업무가 쏟아지는 이유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의 평가업무를 조정하지 않고 각 부서별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교원평가는 교육부의 교원정책과, 학교평가는 교육정보분석과, 학교알리미 사업 평가는 교육정보학과에서 담당한다. 여기에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구청 등에서 진행하는 학교 관련 사업 평가가 더해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설문조사를 학교를 통제하기 위한 평가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잘한 점은 확산하고, 부족한 점은 추가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에서는 “중복되는 내용의 평가는 통폐합하고, 시기를 조정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110600005&code=9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