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교실·위태로운 담장… 올해도 못 고칠 판 

[서울시의회·교육청, 선심성 예산 놓고 싸우느라… 시급한 사업 예산도 집행 못 해]시의원들, 꽃밭 조성·북카페 등 '쪽지 예산' 363억 증액하느라학교시설 개선 예산 대폭 삭감… 교육청 "집행 못한다" 不同意서울 중랑구의 고등학교 두 곳은 새해에도 위태위태한 옹벽과 담장 보수 공사를 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의회가 올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에서 이들 학교에 지원할 7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도 본관과 도서관의 조명 기구를 교체하는 예산 3억5000여만원 전액이 삭감돼 학생들이 올해도 어두침침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지난 30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새해 서울 교육 사업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임의로 증액한 470억원은 집행할 수 없다며 17개 시도 교육청 사상 처음으로 '부동의(不同意)'를 선언했다. 집행기관이 '부동의'하면 증액한 예산은 집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사업과 증액한 사업 모두 집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시의원들, 장애 학교 예산 빼 '쪽지 예산' 늘려시의회가 시교육청의 동의 없이 늘린 사업 예산액은 총 470억원이다. 전체 예산(7조4391억원)의 0.6% 비중이지만, 고정비용 등을 빼면 시교육청이 운용할 수 있는 사업 예산(3600억원)의 13%에 이르는 액수다. 시의회가 특정 사업에 예산 470억원을 늘렸다는 것은 시교육청이 편성한 다른 사업 예산을 그만큼 줄였다는 뜻이다.시의회가 임의로 늘린 예산 대부분은 시의원들의 지역구에 있는 학교들의 급식 환경과 시설을 개선하고 체육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편성됐다. 이들 항목에 해당하는 사업이 500여건에 이르며 건당 적게는 500만원(A초등학교 체육관 후문 설치), 많게는 5억원(B중학교 체육관 환경 개선)에 달한다.이 같은 예산은 우선순위에서는 그리 시급하지 않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쪽지'를 넣어 증액한 예산이기 때문에 통상 '쪽지 예산'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C초 PC교체' 'D중 유도부 기숙사 신설' 'E초등 꽃밭 조성 공사' 'F초등 북카페 인테리어 공사' 등 특정 학교를 위한 예산이 대부분이다.시의회는 이런 예산들을 늘리려고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예산(설계비 10억원), 시교육청이 긴급하다고 판단한 11건의 사립학교 노후 환경 개선비(12억원) 등을 삭감했다.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새해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중1 진로 탐색 집중 학년제를 위한 연구학교(8억1000만원), 스마트 교육 실험학교(15억 2000만원) 예산도 삭감돼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또 공무원 인건비(86억원), 사립학교 교직원 인건비(50억원)도 삭감했다. 문 교육감은 지난 30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수정 예산안은 공무원보수 규정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 인건비도 삭감해버렸다"고 말했다.

◇혁신학교 예산은 결국 6000만원예산 심의 기간 내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이 줄다리기를 한 혁신학교 관련 예산은 교육청안대로 결국 학교당 6000만원을 집행하게 됐다.당초 시의회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학교당 1억4000만원)을 요구했고, 교육청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6000만원을 고수했다. 지난 30일 예결특위에서 학교당 8000만원으로 합의됐으나, 본회의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낸 수정안이 통과됐다. 수정안은 혁신학교 관련 예산에 현안 사업 지원 명목으로 학교당 400만원을 더했고, 특정 지역(구로·금천구)에 '혁신교육지구' 예산을 12억원 증액한 것이다.하지만 교육청이 시의회가 의결한 수정 예산안을 집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올해 혁신학교 예산은 결국 학교당 6000만원이 집행된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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