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産 2010년生 백호띠 아이들, 유치원 빈자리 없어 입학 대란 

大吉 풍문에 출생아 47만명… 일찍부터 더 심한 경쟁 겪어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모(35)씨는 오는 2월 영아 전담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딸(4)이 진학할 유치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10년생 '백호(白虎)띠' 딸을 둔 김씨는 작년 11월부터 성동구 내 유치원 4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지원자가 몰린 탓에 추첨에서 모두 탈락했다. 김씨가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집 근처 공립 유치원은 경쟁률이 12대1에 달해 대기 번호조차 못 받았다. 김씨는 "뒤늦게 집 근처 어린이집들을 찾아다니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기 번호가 모두 100번대"라고 호소했다.부산에 사는 장모(41)씨도 셋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입학 전쟁'을 치렀다. 휴가까지 쓰면서 원서를 넣은 유치원 5곳 중 4곳에서 탈락하자 한 유치원 원장은 "2010년생 유치원 당첨은 거의 로또나 마찬가지"라며 위로해줬을 정도였다.'남자는 정계에서, 여자는 교육계나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게 백호띠의 특징'이란 속설이 돌았던 2010년 출생한 어린이들이 유치원 입학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출생아 수는 47만명으로 2009년 44만400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49만3200명 출생했던 2007년생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던 2011년에도 입학 대란이 벌어졌었다. 올해 황금돼지띠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일부 초등학교는 교실 부족 현상마저 우려하고 있다.특정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유치원·초등학교 입학 전쟁을 겪는 현상에 대해 성균관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저출산 풍조로 인해 한두 명 낳는 아이를 기왕이면 가장 좋은 시기에 낳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현상"이라며 "역설적으로 이 아이들은 진학할 때마다 더 심한 경쟁을 거치게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 신설을 담당하는 교육부 유아정책부 관계자는 "2013년 입학 대상자부터 취학 대상 아동 수를 반영해 유치원 수요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연도별 취학 아동 수를 반영해 유치원 수요를 충당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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