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가격 전쟁’에 초중고생 불편 커진다

ㆍ교육부 “내려라” 출판사 “못 내려” 양보없는 힘겨루기

ㆍ교육계, 원가 상승 감안 ‘상한제·가격 산정위’ 도입 제안

교과서의 적정 가격을 놓고 교육부와 출판사, 또 출판사끼리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분쟁조정까지 배수진을 친 ‘교과서 내전’이다. 원가 상승을 감안한 가격상한제 도입이나 가격협의체 기구 구성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급하게 나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어 학생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4일 “교육부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교원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해 교과서 가격을 정하는 ‘교과서 가격 적정산정위원회’(가칭)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교총은 “원가 보전도 못하는 교과서 발행이 계속될 경우 출판사의 교과서 출판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출판서에 교과서 가격 자율 결정권을 계속 보장할 경우 학생들의 교과서 구입 부담이 가중된다”며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작비용 등을 감안해 교과서 원가를 현실화한 뒤 가격상한제를 정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출판사들이 올해 교육부에 제출한 고교 교과서 1권당 희망가격(전 과목 평균)은 지난해보다 73%(4630원) 오른 1만950원이다. 교육부는 교과서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며 “희망가격에서 50~60% 정도씩 낮추라”고 권고했지만, 출판사들은 지난 20일 “교육부의 교과서 가격조정 권고안이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교과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교육부는 가격조정명령권을 발동해 강제로 가격을 인하토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가격이 정해진 중학교 교과서를 제외하고, 초등학교 4개 과목과 고등학교 대부분 과목의 교과서는 아직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서점 등에서 찾기 어렵게 됐다. 현재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전학을 가거나 책을 분실하면 교과서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엇나간 정부 정책이 현 상황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품질을 높이는 대신 가격을 자유롭게 정하는 ‘가격자율화’를 시행했다. 출판사 측 교과서가격대책특별위원회 황근식 간사는 “경쟁을 통해 높은 질과 적정한 가격의 교과서를 만들라고 한 정부가 말을 바꾼 것”이라며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난 뒤 밥값이 비싸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예정 발행부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어 교과서를 발행한 한 출판사가 교육부에 1만권 발행 예정이라며 희망가격을 7000원으로 써냈지만, 실제로는 15만권을 발행해 그에 따른 초과이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출판사 사이의 불법영업 시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출판사 리베르스쿨은 지난 23일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출판사 2곳이 일선학교에 무상으로 교사용 지도서·참고서 등을 제공하고, 한 학교에 300만원, 국·영·수 과목은 1000만원까지 금품을 제공했다”며 공정위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리베르스쿨은 “과도한 경비가 소요되는 불법영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과서 가격이 오른 부분을 교육부가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42201395&code=9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