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방과 후 ‘누리는 놀이’ 확산 기대

ㆍ정부, 놀이문화 첫 정책적 활성화… “자발성 훼손 막아야”

서울시교육청이 20일 아이들의 놀이문화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전인격적 발달을 위해 놀이문화를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발상이 주목받고 있지만, 자발성이란 놀이의 특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하루 100분 이상 놀이시간을 확보토록 했다. 1교시가 시작하기 전 10~20분과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권장시간 20~30분), 점심시간 20~30분, 방과후 시간 20분을 놀이를 위한 시간으로 운영한다. 블록타임제(수업 2개를 연속으로 진행하는 것) 활용이나 놀이 내용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활동을 금지하는 지도활동도 이어진다. 이로써 떠든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과도하게 제재하거나 안전만을 중시해 방과 후 학교운동장에서 놀지 못하게 하는 관행은 사라지고,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저학년을 중심으로 1~2주일에 최소 한 번은 1시간 동안 주변 공원에서 놀 수 있도록 했다. 주변에 공원이 없으면 학교운동장을 활용하거나 찾아가는 체험교실 운영과 연계토록 했다. 지역사회의 놀이공간과 시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들 안전에 대해서는 학교보안관이나 학부모 자원봉사, 교사의 현장 지도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놀이문화 활성화 방안’이 나온 이유는 현재 충분히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충분히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 사귀기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서 “재미와 자발성, 협력과 규칙을 바탕으로 한 놀이는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1989년)과 ‘놀이와 레크리에이션은 교육과 동일하게 다뤄져야 하며, 사회와 공공기관이 아동의 놀 권리 향유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아동권리선언(1959년) 등을 정책 추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놀이의 특성이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인 까닭에 정책적 접근에 대한 조언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동북지역에서 방과 후에 ‘와글와글 놀이터’를 운영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는 “교육청의 놀이문화 활성화를 지지한다”면서 몇 가지 사안을 당부했다. 참학은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과 놀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이 행복감이 전파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놀이의 자발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학교 구성원이 합의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계분 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놀이에는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며 “교사와 학부모들의 놀이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02147585&code=9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