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혁신학교, 종합평가 관계없이 재지정 없다”

ㆍ재정 문제 불거진 자사고 취소는 자율 맡겨 형평성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2011년에 혁신학교로 지정된 27개교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종합평가 결과에 관계 없이 재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의 재량’으로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최근 부당 재정지원 문제가 불거진 자사고들의 지정 취소 문제는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혀 이중잣대·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5년 8월까지 지정 기한이 만료되는 서울지역 혁신학교 27개교에 대해 종합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재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3일 밝혔다. 재지정되지 않은 혁신학교들은 내년에 단계적으로 일반학교로 전환된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2011년 3월 지정된 23개교(1기)와 그해 9월 지정된 4개교(2기)에 공문을 보내 종합평가에 착수하겠다고 통보했다. 학교별 자체평가 보고서, 2012~2013학년도 예산 정산서를 제출받아 현장평가 등을 거친 뒤 오는 6월과 내년 2월 최종 심의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종합평가와 관계없이 혁신학교 추가와 재지정은 없다”며 “종합평가는 ‘자율학교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훈령’ 8조에 의한 것으로, 혁신학교 재지정 문제는 이와 별개로 교육감의 재량 사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 1일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되지 않은 불법 재정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자사고들에 대해선 “아직 자사고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지정 취소를 할 순 없다”며 역시 ‘교육감 재량’을 이유로 지정 취소를 거부했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육감의 재량권이 혁신학교와 자사고에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형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오인환 대표는 “기존 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할 때 교사·학부모 등의 의견을 물었다면, 이를 취소할 때도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갑자기 이유없이 재지정이 취소돼 교육 시스템이 바뀌면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의 재지정 불가 대상에 포함된 혁신학교 선사고의 학부모 현모씨(46)는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 할지라도 교육의 연결성을 고려하는 것은 교육담당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상원초 학부모 강모씨(45)는 “올해 학교 예산이 깎였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내년 재지정 자체가 막힌 상황인 줄은 몰랐다”며 “정식 평가 결과도 나오기 전에 폐지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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