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모여 슬픔 공유해 트라우마 극복을”

ㆍ혼자 두는 것보다 효과적 치유법… “감정 표현 격려해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크고 작은 급성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 깜짝 놀라거나 잠을 못 자고, 잠을 자도 꿈에서 사고 장면을 보고, 연관된 소식을 들으면 눈물이 나고, 하는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도 강하게 든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나 우울 장애 등 질병이 될 수 있다. 현재 세월호 생존 학생 70여명이 입원해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은 1차 위험도 평가를 통해 이런 증상이 심한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안산에 남아 있던 1·3학년 학생들도 뉴스와 온갖 뒷말을 접하며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교사가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모여 슬픔을 공유하고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라고 조언한다. 건국대병원 하지현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힘이 아이들을 버티게 할 수 있지만 아이를 거리에, 집에 혼자 내버려두면 나쁜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며 “아이들을 등교시켜 ‘내가 지금 보호받을 곳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보지 않았다. 조인희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조인희 원장은 “전학할 경우 단원고 출신이라는 게 꼬리표가 돼 적응 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며 “같은 고통을 겪은 공동체 내에서 서로 이해하고 격려받는 것이 재난위기 극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 심리지원에 참여 중인 조 원장은 “아이들이 교실에 실종자 생환 응원 메시지를 붙이거나 촛불의식을 하는 것은 건강한 애도 반응이므로 차단하지 말고 슬픔을 표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프면 울어버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건대병원의 하 교수는 “90% 정도는 곧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문제는 10%”라며 “상황이 종료되고 대중의 관심이 사라졌을 때가 더 문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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