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학기부터는 9시 등교래" "어? 그럼 아빠가 지각하는데"

[벌점制 폐지 이어… 이재정 경기교육감 '9시 등교' 추진] 찬성측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 한국 학생, 美·日보다 잠 부족등교 늦추면 가족관계 좋아져… 美 일부 州도 '늦추기' 움직임 반대측 "가족 생활패턴 흔들려" - 맞벌이 부부들, 출·퇴근 걱정 등교 늦어지면 하교도 미뤄져 교사·학원 일정 등 차질 우려

진보 교육감들이 잇따라 '등교 시간 늦추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5일 "2학기부터 경기도의 초·중·고교에서 '9시 등교'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0교시 수업 및 조기 등교 금지' 정책을 전격 시행했다. 아이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먹게 하자는 취지다. 공감하는 학부모·교사도 많지만, 출근이 이른 맞벌이 부부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경기·충북교육감 "수면권 보장하고, 가족과 밥 먹게 해야"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15일 '경기학생자치회 토론회'에서 "2학기부터 원칙적으로 '9시 등교'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시 등교'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육감은 "여러 학생의 요구가 있었다. 부모님과 식사할 시간이 아침밖에 없다. 이거야말로 (가족이) 좋은 관계를 맺을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손뼉을 쳤다. 보통 중·고등학생은 오전 8시~8시 20분쯤 등교해 8시 20분~8시 40분에 1교시를 시작한다. 초등학생은 8시 40분쯤 등교해 9시에 1교시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등교 시간이 9시가 되면, 1교시는 9시 또는 그 이후에 시작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등교 시간은 학교장이 결정하는 사안이어서 '9시 등교'를 강요할 수는 없고 적극 권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0교시 수업'을 금지했다. '0교시 수업'은 정규 수업인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이뤄지는 보충수업을 말한다. 충북교육청 측은 "'0교시 수업' 때문에 7시 30분까지 등교하는 아이들은 수면도 부족하고 아침도 걸러서 건강을 해치고 공부 효율도 떨어진다"며 "아이들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0교시 수업을 폐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생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7.1시간, 인문계 고등학생은 5.5시간, 특성화고 고등학생은 6.3시간이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도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늦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잠자는 시간 더 늦어질 것"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출근이 이른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학교에 태워주고 출근하는 일이 많다. 경기 용인에 사는 맞벌이 가정의 김모(53)씨는 "고1 딸을 아침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데,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 가족들의 아침 스케줄이 다 달라져야 한다"며 "너무 즉흥적인 결정 아니냐"고 했다. 오세목 서울 중동고 교장은 "고등학생은 수능 시험을 보러 고사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전 8시여서 평소 등교 시간도 거기 맞춰져 있다"며 "등교 시간은 학교장이 학교마다 결정할 사안이지,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늦게 자는데 등교 시간을 늦추면 더 늦게 잠자리에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 일반계고 3학년생이 잠자리에 드는 평균 시간(2011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은 오전 1시 16분으로, 일본(밤 12시 24분)·미국(밤 11시 2분)보다 늦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장은 "등교 시간을 늦추면 하교 시간도 늦어져 아이들 학원 시간, 교사들 출퇴근 시간에도 줄줄이 영향을 준다"며 "충분히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17/20140717029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