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초등 체험학습 크게 위축 

세월호 참사 이어 수영장 사고, 부산 지역 일정 취소 잇따라

- '사고나면 모든 책임' 부담

- 숙박형은 당일 프로그램으로

- 청소년단체 수련행사도 급감 

지난 9일 부산 해운대의 한 수영장에서 체험활동에 나선 초등학생이 물에 빠져 숨질 뻔한 안전사고 발생 여파로 일선 학교가 현장 체험학습을 아예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크게 위축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가뜩이나 움츠려 있던 일선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이 이번 수영장 안전사고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13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 초등학교는 지난 11일 사직수영장에서 6학년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던 수영 체험활동을 전격 취소했다. 또 전날에는 부산시내 한 실내빙상장에서 체험활동을 계획했던 B 초등학교 역시 일정을 취소했다. A 초등학교 교감은 "해운대 수영장 안전사고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일정을 취소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매뉴얼에 따라 사전답사를 하고 각종 안전시설을 확인했음에도 안전사고 방지에 대해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활동의 일환임에도 학교에서 굳이 우려를 안은 채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일선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이 앞으로도 계속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부산 C 초등학교 교장은 "교외 체험활동은 일정 부분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교사와 학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어느 학교가 체험활동에 나서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뿐만 아니다. 숙박형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추다시피했다. D 초등학교는 해마다 진행했던 1박 2일 일정의 체험활동을 올해는 당일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한 영재학급도 이번 여름방학 때 1박 2일간 계획했던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부산 지역 교육시설로 옮겨 낮 시간대에 이틀 일정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방학 때마다 활기를 띠는 청소년단체 수련 프로그램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청소년연맹 부산지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학 때면 통상 2박 3일짜리 프로그램 하나와 1박 2일짜리 프로그램을 2, 3개 진행했는데, 올 여름방학에는 1박 2일 프로그램 하나만 잡혀 있다. 이마저 일선 학교의 참여율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40714.22008203310